작년까지 뉴스는 “AI 규제가 온다"였습니다. 실제로는 반대로 갔습니다. 호주 정부는 고위험 AI 의무 가드레일을 2025년 12월에 도입하지 않기로 했고, 규제 권한 없이 모델을 시험하고 위험을 관찰하는 AI Safety Institute(4년 예산 2,990만 호주달러)를 산업부 안에 두는 걸로 정리했습니다. EU도 채용·신용평가 같은 독립형 고위험 시스템의 의무 적용을 2027년 12월로 16개월 미뤘습니다(제품 내장형은 2028년 8월).

그런데 채용 쪽은 다른 방향입니다. AI를 언급한 공고를 낸 호주 고용주 비율은 한 해 사이 5.8%에서 8.5%로 늘었고(Indeed Hiring Lab 호주, 2026년 4월), 거버넌스 자리도 그 안에 들어 있습니다. 2026년 9월 3일 기준 호주 Indeed에서 AI governance를 따옴표 없이 검색하면 1,553건이 나오는데 데이터 거버넌스 공고까지 섞인 숫자고, 정확히 “AI governance”로 좁히면 139건입니다. 전문 리크루터가 실제 AI 거버넌스 광고만 골라 센 7월 스크랩은 32건이었습니다. 시장은 아직 작습니다. 그래도 회사 이름이 붙은 자리는 분명합니다. Transport for NSW의 AI 거버넌스 스페셜리스트 자리가 13만 7천15만 4천 호주달러, 멜버른 근무 자리 하나가 17만18만 5천이고, Macquarie와 IAG도 8월에 AI 리스크·거버넌스 자리를 냈습니다(지금은 마감). 전문 리크루터(Galileo Search)가 시드니 대기업 시니어급 기준으로 제시하는 급여표는 패키지 23만 호주달러입니다(퇴직연금 포함, 2026년 7월).

다섯 기능으로 나눈 AI 직군 중 이번 편은 거버넌스입니다. 규제가 미뤄졌는데 왜 뽑을까요.

이미 시행 중인 규제가 따로 있습니다

거버넌스 공고의 약 80%는 금융과 보험에서 나옵니다(Galileo Search, 2026년 7월 라이브 광고 32건 기준). 우연이 아니라, 이 업계에는 미뤄진 규제가 없어서입니다.

  • APRA CPS 230: 은행·보험사·연기금의 운영 리스크 기준. 2025년 7월부터 발효됐고, 기존 협력사 계약도 2026년 7월까지 맞춰야 합니다. APRA는 2026년 4월에 AI를 콕 집은 감독 서한까지 보냈습니다. 어떤 AI를 어디서 들여와 쓰는지 정리하고 이사회가 책임지라는 내용에, 집행 예고까지 붙였습니다.
  • 개인정보법 개정: 2026년 12월 10일부터, 개인에게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자동화 결정을 쓰는 조직은 어떤 정보로 어떤 종류의 결정을 자동화하는지를 프라이버시 정책에 적어야 합니다.
  • ASIC의 입장: ASIC 의장은 2025년 7월 연설에서 AI 규제를 서둘러 늘릴 생각이 없다고 했습니다. 기존 법이 기술 중립적이라 AI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그 법을 그대로 집행하겠다는 겁니다. 2024년 실태 조사(23개 사업자, 2023년 12월 기준)에서 절반 가까이가 소비자 공정성이나 편향에 관한 정책이 없었고, 같은 연설에서 시장 중개업자 40곳을 후속 점검한 결과도 비슷한 공백이었다고 했습니다.

지금 회사가 뽑는 건 “AI 규제 대비"가 아니라 이미 시행 중인 규제를 실무로 다룰 사람입니다.

툴 경력은 거의 안 봅니다

자동화 편에서는 시장이 툴 목록으로 갈렸는데, 이 직군은 반대입니다. 지금 올라와 있는 호주 공고에서는 거버넌스 소프트웨어(IBM watsonx.governance, Credo AI, OneTrust 같은)를 요구하는 자리를 찾기 어렵습니다(SEEK 기준 사실상 0건). 예외라면 올해 초 Transport for NSW 공고 하나가 Credo AI·IBM Watson 경험을 우대 사항으로 건 정도입니다. 그래도 스크리닝의 중심은 프레임워크입니다. NIST AI RMF와 ISO/IEC 42001, APRA CPS 230과 234. 툴을 다뤄봤느냐가 아니라 기준을 읽고 조직에 적용할 줄 아느냐를 보는 직군입니다.

ISO 42001은 알아두면 좋은 이름입니다. AI 관리 체계 국제 인증인데, 2026년 4월 기준 공개 확인된 인증 조직만 세면 350곳 남짓입니다(공식 집계는 아직 없습니다). AWS와 Microsoft, Anthropic, KPMG 호주가 초기에 인증을 받았습니다. 시장이 아직 작다는 건 먼저 익힌 사람의 몸값이 크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새 직업이라기보다 기존 직업의 확장입니다

국제 프라이버시 협회(IAPP)의 2024년 거버넌스 보고서에서 프라이버시 전문가의 68%가 AI 거버넌스를 겸직으로 맡았습니다. 완전히 새 사람을 뽑기보다 리스크·프라이버시 인력이 영역을 넓히는 게 기본형입니다. 전문 리크루터도 후보를 기술 리스크·모델 리스크·데이터 거버넌스 세 갈래에서 데려온다고 말합니다.

다만 겸직을 하면 받는 돈이 달라집니다. IAPP의 2025-26 급여 조사(2025년 3~4월, 60개국 1,600여 명)에서 프라이버시 단독 직군의 중앙값이 12만 3천 달러(미화, 글로벌), AI 거버넌스를 겸하면 16만 9,700달러입니다. 영역을 넓힌 만큼 몸값이 오르는 겁니다.

빌더에게 이 편이 상관있는 이유

거버넌스로 전직할 생각이 없어도 두 가지 때문에 알아야 합니다.

첫째, 금융권에 지원하면 human oversight, exception handling, audit trail 같은 단어들이 면접 질문으로 나옵니다. 그 단어들은 다 위의 규제에서 나온 겁니다.

둘째, 만드는 사람 중에 기록을 남길 줄 아는 사람이 드뭅니다. 내가 만든 자동화를 누가 승인했고 뭐가 기록되고, 잘못되면 어떻게 되돌리는지를 문서로 보여줄 수 있으면 그것만으로 규제 산업 채용에서 눈에 띕니다.

다음 편은 제품·아키텍처입니다. 이 시리즈에서 숫자가 제일 심하게 부풀려진 직군이라, 그 숫자들부터 바로잡고 들어갑니다.